2013. 8. 4.

통밀 파인애플 머핀, 혹은 손에 집히는 대로 넣은 무언가.


  최근 아침잠이 없어지면서 부쩍 오븐을 켜는 횟수가 잦아졌다. 아침에 오븐을 돌리는 이유는 단 하나, 구운 빵을 빨리 소진시키기 위해서다. 부모님과 나, 이렇게 세명이서 사는 우리집, 다들 뱃고래가 작아서 심지어 둘이서 눈깜짝할 새에 뚝딱한다는 통닭 한마리조차 남기 일쑤. 내가 홈베이킹에 맛을 들이던 작년이나 올 초에는 학교도 다니고 인턴쉽을 하던때라 나눠줄 곳이 많아서 음식남을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집에있다보니 뭘 구워놓으면 일주일내내 붙박이처럼 식탁위에 남아있어서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구워서 먹는것보다 반죽을 하고 구워내는 과정이 좋아서 빵을 굽는데, 아무래도 식탁에 멀쩡히 있는 빵들을 보고 새로 오븐을 돌리긴 조금 그렇더라. 그래서 전략을 바꾸어, 아침에 식사를 하지않고 출근하시는 아버지에게 아침밥도 챙겨드릴겸 부지런을 떨기로 했다. 아침일찍 돌리기엔 역시 퀵브레드류가 제격이지싶어 레서피 사이트들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파인애플 머핀. 마침 냉장고에서 죽어가는 파인애플이 눈에 밟히던 차에 잘되었다 싶어 오밤중에 부엌으로 살그머니 들어가 미리 재료들을 계량해두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바로 휘휘섞어 오븐으로 던져넣을수 있도록.

파인애플 오트밀 통밀 머핀
통밀가루 140g
코코넛가루 40g
엉클토비 퀵오트밀 시나몬애플&허니 1팩
카놀라유 60g
달걀 1개
비정제 머스코바도 흑설탕 60g
버터밀크(식초 5g+저지방 우유 55g)
파인애플 과육 120g
사과 원액주스 60g
바닐라 익스트랙트 3g
베이킹 파우더 5g
소금 2g
호박씨 20g

원 레서피에선 퀵오트밀같은 걸 넣으란 말은 없었지만, 아침식사로 먹을 거니 조금이라도 더 영양을 더해보자는 몸부림차원에서 찬장구석에 박혀있던 엉클토비사의 퀵오트밀을 한팩 꺼내 넣고 설탕량을 좀 줄였다. 원 레서피는 통조림 파인애플을 썼는지 파인애플 통조림안의 주스를 쓰라고 되어있었지만 나는 생 파인애플이었기에 냉장고에 있던 사과주스로 대체. 가당 코코넛채를 쓰라고 하였지만 역시나 없는 관계로 코코넛가루를 넣어주었다. 그래서 포스트 제목처럼 손에 집히는 대로 넣은 무언가를 구웠다는 이야기.


머핀팬 기준 레시피였지만 새로 주문해서 받은 파운드틀에 굽고 싶어서 소 파운드팬에 넣어 구웠더니 사이즈가 딱 알맞다.다만 머핀팬기준 굽는 시간으로 계산하였더니만 익지않아서 위 사진을 찍고 팬에서 꺼내었다가 다시 넣고 급히 5분정도 더 돌렸는데, 사실은 적어도 10분은 더 돌려서 35분은 구워야 했지않나 생각해본다. 


파인애플과 사과주스가 들어가서 매우 촉촉하다. 구수한 통밀과 흑설탕, 거기에 시나몬오트밀까지 들어가니 아침부터 향이 무척 좋다. 나는 굉장히 싫증을 빨리 내는 사람이라 한가지 음식을 먹고나면 당분간은 눈길도 주지않는데, 이것을 삼일 연속 아침식사로 먹어치웠다. 물론 먹는 사람이 없어서 덩그러니 놓여있던 녀석이 눈에 밟혀 얼른 눈에서 치워버리고픈 마음도 있었고.

레서피가 꽤 마음에 들었기에 다음번에 조금 더 보완해 구워 볼 생각이다. 일단 드는 생각은 설탕을 줄이는 것. 비정제 흑설탕을 썼기에 디저트처럼 달콤하거나 한것은 아니지만, 단 것을 그닥 즐기지 않는 우리집 식구들이 아침으로 먹기엔 아직도 조금 달다. 그리고 액체류때문에 식감이 조금 질어서 다음번에는 사과 주스도 적게 넣어볼 생각이다. 기왕이면 오일도 조금 줄였으면 좋겠지만 가벼운 질감의 머핀이라 오일까지 줄이면 그냥 가루로 날릴것 같기에 그것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그리고 여기에 당근 채친 것과 계피가루를 더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걸 구운게 화요일즈음이었는데 오늘 아침까지도 냉장고에 두어조각 남아 있길래 한 조각은 내 아침으로 먹고, 한 조각 남은 것은 결국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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